발칙하고 흥미로운 청년문화가 부산에서 꽃피고 있다. 참신한 기획과 실천, 적극적인 연대, 주민과의 소통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문화라는 고매한 성벽을 쌓고 자위하던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부산에 부는 푸른 새바람이다. 매주 월요일 5회에 걸쳐 새로운 경향을 짚어본다.

계기가 몇몇 있었다. 지난해 열린 회춘프로젝트가 돋보였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부산대와 온천천 일대에서 한바탕 난장을 벌인 청년문화축제로 '소통과 연대, 실천'이라는 키워드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100일 동안 지속적인 밴드 공연을 펼쳤고 지역 주민을 직접 찾아가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기획 대부분이 문화를 통한 지역민과의 소통을 추구했다. 지역 문화단체 간 협력도 돋보였다.

지역 연대·소통 핵심, 문화 성벽 무너뜨려
회춘프로젝트·계간지 '안녕 광안리' 등 발판

주요 문화단체 실무진이 함께 축제를 이끌었다. 회춘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인과 기획자는 900명이 넘었다. 이런 연대가 없었다면 장기간에 걸친 여러 기획은 불가능했다. 류성효 회춘프로젝트 총감독은 "문화기획자의 연대를 확인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창간한 계간지 '안녕 광안리'도 연대와 소통이 핵심 아이콘이었다. 문화기획자 이승욱 씨가 발행인인데, 장현정 부산 노리단 대표가 편집인으로 함께한다. 류성효 재미난복수 대표도 최근 팀에 합류했다. 적극적인 문화기획자 간 연대다. '안녕 광안리'는 일상 공간에 숨은 문화 속살을 알리는 잡지다. 지역민과 함께 즐기는 축제도 추진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8월에도 흥겨운 문화축제로 지역 주민과 만날 예정이다.



문화예술분야 사회적 기업 '노리단'의 부산 진출도 새바람을 일으켰다. 노리단은 재활용품을 활용한 악기로 퍼포먼스를 여는 단체다. 지난해 설립된 부산 노리단은 지역 문화단체가 벌이는 문화행사에 적극 참여했다. 연대를 실천한 것이다. 회춘프로젝트, 부전시장에서 열린 '날라리 낙타 난장' 등 여러 지역 문화축제에 힘을 보탰다. 부산 노리단 퍼포먼스도 철저하게 관객 지향적이다.

장현정 부산 노리단 대표는 "관객과 호흡하지 않는 문화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 노리단 공연을 무대보다 거리에서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선한 바람은 확대 재생산할 조짐을 보인다.

회춘프로젝트 참여 문화단체 중 일부가 모여 지난 2월부터 매월 반상회를 연다. 지역민과 함께 할 문화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위해서다. 회춘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일부 문화인은 올해 3월 문화 웹진 '바싹'을 만들었다.

계간지 '안녕 광안리'는 최근 '광안리 사람들'이라는 법인을 만들었다. 본격적인 문화 기획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올 초에는 문화예술 네트워크도 만들어졌다. 젊은 문화기획자들의 모임인데, 회장도 총무도 없다. 기존 단체의 조직 형태를 허문 형태다. 논의할 주제가 생기면 모여 회의하고 토론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부산문화재단과 기초지자체도 청년문화 지원에 나섰다. 부산문화재단은 올해 3억 원을 투입해 청년문화 트레이닝 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비보이와 인디밴드의 연습공간이나 공연장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청년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외국 진출이나 지속 가능한 콘텐츠사업도 공모한다. 예산 1억 원을 투입한다. 부산 금정구청은 지난해 말 예술공연지원센터를 설립했다. 문화예술 정보 아카이브를 만들고 청년문화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차재근 부산문화재단 기획실장은 "최근 새로 불을 지핀 청년문화가 불타오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