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가 실업문제에 부딪히면서 그 해결방안으로 `협동조합`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여러 사람들이 소액을 모아 자본화하기 때문에 소규모ㆍ소자본 산업에 적합합니다. 덕분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죠. 잉여이익은 법적으로 적립하게 돼 있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고요. 협동조합의 원칙 중 하나는 공정무역 등 `윤리적 소비`를 하는 건데, 이는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경제민주화도 가능하게 됩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최찬호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아태지역 사무총장(59)은 유엔이 2012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최 사무총장은 농협에서 32년간 농업통상 등을 조사ㆍ연구해온 협동조합 전문가다. 그는 2010년 1월, 임기 3년의 사무총장직에 선출돼 아태지역 사무소가 있는 인도에 머물고 있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ICA는 1895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NGO다. 전 세계 98개국 272개 중앙단위 협동조합 연합체가 회원이며, 국내에선 6개 협동조합이 가입했다.
최 사무총장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25개국 78개 협동조합을 관리하느라 일년에 절반은 인도 외 다른 나라에서 보내고 있다.
그는 "전 세계 10억여 개의 개인협동조합 중 5억7000만~6억개가 아시아에 있다"며 "세계 인구의 50% 정도가 협동조합 영향권에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 사무총장은 아태지역 협동조합의 특징으로 `다양한 유형`을 꼽았다. 아시아 협동조합은 대개 유럽의 선진문화를 접한 지식계층ㆍ선교사 등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다. 반면 아랍 국가에선 국유재산을 민영화하는 과도기적 모형으로, 구 공산권 국가에선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통로로 설립ㆍ활용했다.
정부가 나서서 협동조합을 장려하는 것도 이 지역의 특징이다. 특히 농업 분야의 협동조합을 운영하기 위해 관련 부처를 만들어 자금을 지원하거나 제도를 신설했다. 우리나라는 농림부가 주관해 농협을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시켰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만들어진 농업협동조합은 1961년 농업협동조합법 제정 후 농업은행과 합쳐져 지금의 `농협`이 됐습니다. 국내에서도 협동조합은 보기보다 우리 생활과 밀접하죠."
우리나라는 협동조합을 기본법이 아닌 특별법으로 규정해 설립하고 있다. 최 사무총장은 "이는 한국과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됨으로써 우리나라는 기본법과 특별법 모두에 협동조합을 규정하고 있다.
기존의 허가제도 신고제로 바뀌어 5명 이상만 모이면 손쉽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일본은 기존에 규정되지 않은 업종에 대해 협동조합 설립을 장려하려면 각각의 협동조합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최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협동조합은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정부가 관여했다는 데에 콤플렉스가 있다. 하지만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의 사례를 보고 싶어할 만큼 발달된 형태"라고 평가했다.
[이현정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