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두 개 살 테니 천 원 싸게 해 주이소~." "아이고, 마수(걸이)라서 안 됩니데이~." "에이, 나눔장터는 깎는 재미가 백미 아닙니꺼?" "아지매 못당하겠데이, 내 큰맘 먹고 500원 싸게 줄 테니 사이소!" "내한테 잔돈 500원짜리가 없다, 마 2천 원에 두 개 합시다!" "이라면 안됩니더. 2천500원은 받아야 된대이. 얼릉 받으이소~" "다음에는 더 깎아줘야 된데이!" "당연하지요, 다음에도 꼭 오이소!"


흡사 시골장터의 한 장면 같은, 정겨운 흥정이 있는 이곳은 바로 재활용 나눔장터다.

이곳에 오면 헌옷과 가방, 신발은 물론 유아용 장난감, 동화책, 추억의 노래가 담긴 CD와 카세트테이프, 가전제품과 사무용품, 그릇, 접시, 장독, 화분까지 생활용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볼 수 있다. 물건 대부분은 1천~3천 원으로 소위 '착한 가격대'여서 물건 구입에 부담이 없다.

저렴하다고 해서 물건의 질이 저렴한 것은 절대 아니다. 조금만 손품을 팔면 횡재 만나는 것이 쉽다는 게 나눔장터의 숨은 재미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겉만 번지르르한 검증 불능의 '새 물건'들로 서민들을 현혹하며 재활용 장터를 왜곡시키는 전문 장사치들이 부쩍 는 게 아쉽다. 나눔장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수리와 교환코너가 퇴색되고 있는 것도 안타깝다. 나눔장터의 원래 취지를 적극 홍보하고, 수리와 교환센터 운영 주체에게 안정적인 장소를 제공하는 한편 시민들에게는 재활용품에 대한 교환 물품을 제공하는 등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시민들에게 나눔장터 전용쿠폰을 발행해 '녹색화폐'를 유통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눔장터가 정체불명의 '새 물건'에 휩쓸리지 않고 '재사용·순환'이라는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6월 5일은 유엔환경계획(UNEP)이 정한 25번째 세계환경의 날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나눔장터나 상설재활용가게를 찾아 보자. 그곳에 가면 한 사람이 한 생애 동안 미처 다 소화하지도 못할 만큼 다양한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최근 트렌드라는 '패스트 패션'을 숨가쁘게 좇아갈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 나눔가게에서 똑똑한 친환경적 소비로 진정한 패셔니스타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박숙경·에코언니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