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예술가들이 전해준 감동과 희망, 제가 직접 경험한 소통의 힘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제 꿈입니다.”

이윤형(39) 디자인마이러브 대표는 한때 대규모 멀티플렉스 극장을 운영하는 젊은 사업가였다. 하지만 지난 2005년 불경기로 부도를 맞았고 최고경영자(CEO)에서 한순간에 무일푼의 백수로 전락해 인생의 쓴맛을 처절히 경험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적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한 사회적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자신만의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겠노라 꿈꾸게 됐고 우연한 기회에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합창단의 공연을 관람하게 됐다. 그것이 ‘디자인마이러브’의 시작이었다.

 

이 대표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오로지 청각에 의지해 악보를 읽고 화음을 맞추며 연습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한 번의 실패로 주저앉아 버린 내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들이 이렇게도 아름다운 음악으로 희망을 노래하는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나에게 새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준 장애인 예술가들의 활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안겨줄 것이라 확신했다”며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보자며 시작한 게 바로 디자인마이러브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장애인 예술·문화의 생태계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한국의 스티비 원더’를 발굴해 낸다는 건 여전히 험난한 일”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정부 지원과 후원자들의 기부 등으로 꾸려가고 있지만 시장 형성이 잘 안 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도 “장애인 예술이 가진 소통의 힘, 통합의 힘을 믿고 있기에 주저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예술종합학교뿐만 아니라 장애인 예술가들이 마음껏 무대를 만들 수 있는 전문공연장을 만드는 것이 제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