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사회적기업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자산 규모가 무려 50조원에 달합니다. 회원사가 250여 개로 스페인에서 일곱 번째로 큰 그룹사예요. 반면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은 아직도 소규모ㆍ저부가가치 업종 위주입니다. 이제 단순히 `착하기만 한` 기업이 아닌 `사회 혁신적인` 사회적기업이 필요해요."

이은애 사단법인 씨즈 이사장(46)은 우리나라 사회적기업 육성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부터 저소득 계층의 공동체 창업을 돕기 시작했다. 이는 국내 사회적기업의 원형이 됐다. 2003년엔 함께일하는재단 설립 멤버로 사회적기업 확산 운동에 힘썼다.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과정에도 참여했다. 이 이사장은 2010년 고(故) 이승규 KAIST 교수, 김종휘 하자센터 단장과 사단법인 `씨즈(SEEDS)`를 설립했다. 양적으로 늘어난 사회적기업을 보다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새로운 지원단체를 만든 것이다.

그는 사회적기업을 `영리가 아닌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위해 자본투자자ㆍ경영자ㆍ노동자ㆍ소비자가 회사를 함께 소유하며, 이윤 배당을 제한하고 재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이 처음부터 일자리 문제에 힘쓴 것은 아니다. 여성ㆍ아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990년 안산 반월공단 인근에 지역 노동자들을 위한 육아협동조합을 꾸려 `진달래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당시만 해도 유치원에 `종일반` 개념이 없어서 맞벌이 부부가 오후에 아이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때였다.

이듬해 조합은 `엄마에게 노동할 권리를, 아동에게 보호ㆍ교육받을 권리를` 달라는 구호로 `영유아보육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이후 마포구의 한 종합복지관 어린이집 원장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때마침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지자 갑자기 어린이집 입반 대기자가 10배 이상 늘었다. 이 이사장은 원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복지관 옆이 노인들이 많이 사는 영구 임대아파트 단지였어요. 경제위기로 실직, 이혼 등을 겪은 부모들이 자녀를 맡겨두고 가면서 동네에 아이들이 급증하게 된 거죠. 이때부터 아동과 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가난한 이들의 건강한 일자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마포자활후견기관에서 저소득 계층의 공동체 창업을 돕기 시작했다. 복지부가 시험 사업으로 지정해 예산을 지원했다. 기관은 노숙자에게 도배 기술을 가르치고, 중년 여성에게 간병 업체를 맡겼다. 미혼모는 디자인 작품을, 청년은 빵을 만들어 팔게 했다. 당시 세운 14개 업체 중 지금까지 운영되는 곳이 무려 9군데다.

씨즈는 지난해 35개 예비 청년사회적기업을 뽑아 육성하고 있다. 이들의 창업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을 한다. 이 이사장은 "그간 사회적기업들은 취약계층 고용에 초점을 맞춰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에 편중될 수밖에 없었다"며 "청년창업을 늘려 이들 세대의 실업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